아기가 생후 6개월쯤 되었을 때 이유식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잘 받아먹었다. 첫 이유식이라 걱정도 많았는데 숟가락을 내밀면 곧잘 받아먹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보다 이유식을 쉽게 시작하겠는데?’ 싶었다.
그런데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몇 숟가락 먹고 고개를 돌리는 일이 많아졌고, 분유는 잘 먹는데 이유식은 점점 먹지 않았다.
이유식 안 먹는 아기.
막상 우리 아이가 그러기 시작하니 이유식의 농도가 문제인지, 재료가 싫은 건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아졌다.
지금은 돌이 지나 하루 세끼 정도 진밥을 먹고 있다. 아직 먹는 양이 많지는 않고 분유도 여전히 좋아하지만, 몇 숟가락 먹고 고개를 돌리던 때와 비교하면 꽤 큰 변화다.
6개월부터 돌까지, 이유식을 잘 먹지 않는 아이와 함께 이것저것 시도해본 과정을 기록해본다.

이유식 안 먹는 아기, 처음부터 안 먹었던 건 아니었다
우리 아이는 처음부터 이유식을 안 먹는 아기는 아니었다.
생후 6개월 무렵 이유식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생각보다 잘 받아먹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유식 때문에 크게 고생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졌다.
처음 몇 숟가락은 잘 받아먹다가 어느 순간 고개를 휙 돌렸다.
울거나 심하게 거부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더 이상 먹고 싶지 않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분유는 여전히 잘 먹으니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유식 식감이 싫은 걸까?’
이유식 식감과 재료를 바꿔봤다
이유식을 안 먹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의심했던 것이 식감이었다.
그래서 묽게도 만들어보고 조금 더 되직하게도 만들어봤다.
여러 가지 재료가 섞인 맛이 싫은 건가 싶어 고구마, 옥수수, 토마토처럼 재료 자체의 맛을 경험할 수 있도록 따로 주기도 했다.
이유식 안 먹는 아기를 보면서 ‘이번에는 이렇게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식감과 재료를 하나씩 바꿔봤다.
그런데 그렇게 지켜보다 보니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다.
숟가락 이유식보다 직접 손으로 먹는 음식은 잘 먹었다
숟가락으로 주는 이유식은 몇 숟가락 먹고 고개를 돌리던 아이가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음식에는 의외로 적극적이었다.
당근이나 고구마처럼 작은 스틱 모양으로 만들 수 있는 채소를 쪄서 주면 간식을 먹듯 곧잘 먹었다.
바나나는 처음부터 잘 먹었고, 토마토도 한 손으로 잡고 직접 깨물어 즙을 쪽쪽 빨아 먹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음식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닌가?’
그때부터는 이유식을 얼마나 많이 먹느냐만 생각하기보다 다양한 형태로 음식을 경험하게 해보려고 했다.

※ 손으로 집어 먹는 음식을 줄 때는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는 크기와 질감으로 준비하고, 먹는 동안 반드시 가까이에서 지켜봐야 한다.
이유식 안 먹을 때, 식사 경험은 계속 이어갔다
그렇다고 갑자기 이유식을 잘 먹게 된 것은 아니다.
분유는 잘 먹는데 이유식은 몇 숟가락 먹고 끝나는 날도 많았다.
열심히 만들어놓은 이유식을 몇 입 먹고 고개를 돌리면 솔직히 허무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유식 자체를 중단하지는 않았다.
많이 먹지 않는 날에도 먹을 수 있는 만큼 시도하면서 식사하는 경험 자체는 계속 이어갔다.
여기서 말하는 ‘꾸준히 먹였다’는 것은 아이가 싫어하는데도 억지로 한 숟가락을 더 먹였다는 의미는 아니다.
돌이켜보면 아이가 음식과 만나는 기회를 계속 만들어줬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이유식을 거부할 때 억지로 먹이는 게 답은 아니었다
이유식을 잘 먹지 않으면 부모 입장에서는 한 입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나 역시 ‘조금만 더 먹었으면 좋겠는데’ 하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아이가 고개를 돌리는 행동은 더 이상 먹고 싶지 않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생후 6~23개월 아이의 보완식에서 반응적 먹이기(responsive feeding)를 권장한다. 아이가 보내는 배고픔과 포만감 신호에 반응하면서 천천히 격려하되 억지로 먹이지 않는 방식이다.
또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따라 음식의 농도와 종류를 점차 다양하게 하고, 손으로 집어 먹을 수 있는 음식도 경험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내가 이유식의 농도를 바꿔보고 고구마나 당근처럼 직접 잡아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줘봤던 것이 결과적으로는 아이가 여러 식감과 먹는 방법을 경험하는 과정이 됐다.
다만 우리 아이가 지금 조금 더 잘 먹게 된 것이 특정 방법 하나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이마다 이유식을 받아들이는 시기와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이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집에서 직접 해본 경험이다.
돌이 지난 지금, 하루 세끼를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새 돌이 지났다.
요즘은 하루 세끼 정도 이유식을 먹고 있다.
현재는 진밥 형태로 만들고 있으며 주로 쌀 + 고기 한 종류 + 채소 두세 가지를 조합한다.
예전과 비교하면 제법 잘 받아먹는다.

물론 아직 한 끼에 먹는 양이 충분한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분유도 여전히 많이 먹는다.
그래서 요즘에는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겼다.
‘돌이 지났는데 분유를 이렇게 많이 먹어도 괜찮을까?’
‘이유식 양은 어느 정도까지 늘려야 할까?’
이건 지금부터 아이와 함께 풀어나가야 할 다음 숙제다.
돌 아기는 하루 몇 번 먹어야 할까?
나 역시 하루 세끼를 먹이기 시작하면서 ‘돌 아기는 하루에 몇 번 먹는 게 좋을까?’가 궁금해졌다.
WHO에서는 생후 9~23개월 아이에게 하루 3~4회의 식사를 권장하며, 12~24개월에는 아이의 필요에 따라 영양가 있는 간식을 하루 1~2회 추가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생후 6개월 무렵부터는 모유나 분유만으로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소를 모두 충족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보완식을 시작하고, 성장하면서 음식의 양과 종류, 식감을 점차 늘려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CDC에서도 약 생후 6개월부터 고형식을 시작하고 아이가 먹는 음식의 종류와 양이 늘어나면서 분유나 모유 이외의 음식이 식사의 일부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한 끼에 정확히 몇 g을 먹었느냐’만 생각하기보다 하루 세끼 식사하는 습관을 이어가면서 다양한 식재료와 식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보려고 한다.
아이의 성장이나 영양 섭취가 걱정될 정도로 음식 섭취가 적다면 개별적인 성장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소아청소년과 등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이유식 안 먹는 아기와 나의 이야기는 아직 진행 중이다
돌이 지났다고 갑자기 이유식을 아주 잘 먹는 아이가 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분유를 좋아하고 한 끼에 먹는 이유식 양도 많지 않다.
그래도 몇 숟가락 먹고 고개를 돌리던 때를 생각하면 우리에게는 꽤 큰 변화다.
처음에는 ‘오늘 몇 g 먹었지?’만 신경 썼다면 지금은 아이가 어떤 식감을 좋아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먹는 것을 즐기는지도 조금씩 바라보게 됐다.
이유식 안 먹는 아기 때문에 고민했던 시간도 결국 아이의 먹는 방식을 알아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처음이고 이유식을 만드는 것도 처음이다.
그래서 여전히 모르는 게 많고 새로운 고민도 계속 생긴다.
앞으로는 분유를 어떻게 줄여갈지, 이유식 양은 어떻게 달라질지, 진밥에서 유아식으로 넘어갈 때는 또 어떤 일이 생길지 나도 아직 모른다.
그래서 지금은 결론을 내리기보다 이 시기를 기록해두려고 한다.
몇 달 뒤에는 지금의 고민을 또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금은 하루 세 번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이 작은 습관을 아이와 함께 계속 만들어가보려 한다.
참고 자료
-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Complementary feeding
-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Guideline for complementary feeding of infants and young children 6–23 months of age
-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 When, What, and How to Introduce Solid Foods
※ 이 글의 이유식 과정은 한 아이를 키우며 겪은 개인적인 육아 경험입니다. 아이마다 성장과 발달, 필요한 영양 및 식사량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