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혼자 아이를 돌보다가 몇 시간이라도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생기니, 솔직히 몸은 홀가분했다.
그런데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잘 놀고 있을까.
혹시 울고 있지는 않을까.
밥은 잘 먹었을까.
아이가 없는 집은 오랜만에 조용했지만, 내 머릿속은 여전히 아이 생각으로 가득했다.
육아휴직 1년을 더 보내기로 결정한 지금,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조금씩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고 있다.
조금씩 생기기 시작한 나의 시간
처음에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다고 해서 갑자기 여유가 생긴 것도 아니었다.
미뤄두었던 집안 청소를 하고, 운동을 하고, 병원에 다녀오고 나면 어느새 아이를 데리러 갈 시간이 됐다.
아직 요리도 서툴러서 아이 이유식 하나를 만드는 데도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하루하루 지나면서 아이도 어린이집 생활에 조금씩 익숙해졌다.
나 역시 아이를 보내고 혼자 있는 몇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전보다 익숙해졌고, 아주 조금씩 시간적인 여유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시간을 나를 위해서도 잘 써보고 싶다.
출산 후 처음으로 다시 ‘나’를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출산하고 아이가 돌이 될 때까지 정말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다.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놀아주고.
처음 해보는 육아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꽉 찼다.
그동안은 커리어를 걱정할 여유도 없었다.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그만큼 나의 모든 정신이 아이에게 가 있었다.
그런데 복직을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오랜만에 다시 ‘나의 시간’을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고민 끝에 복직 대신 육아휴직 1년을 더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아이에게는 짧고, 나에게는 긴 1년
아이와 1년을 더 함께할 수 있다는 건 좋았다.
하루가 다르게 크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지금 이 시간은 너무 짧게 느껴진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 가질 수 없는 시간이니까.
1년 뒤 복직할 때만큼은
‘그때 조금 더 아이와 함께할걸.’
하는 후회는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내 커리어를 생각하는 순간 마음이 달라졌다.
복직이 또 1년 늦어진다.
그렇게 생각하니 같은 1년이 갑자기 너무 길고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출산하고 아이를 돌보는 동안에는 생각조차 나지 않았던 커리어였다. 그런데 막상 다시 회사로 돌아갈 준비를 하다가 1년을 더 쉬려고 하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아이에게는 너무 짧은 1년인데,
내 커리어를 생각하면 너무 긴 1년이었다.
아마 지금도 나는 그 두 마음 사이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육아휴직 1년을 잘 보내고 싶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1년 동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여전히 아이다.
아이에게 더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고, 함께 재미있게 놀아주고 싶다. 아이의 언어와 발달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고 싶다.
요즘은 아이가 돌을 지나면서 놀이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혼자 서려고 하고, 걸음마를 연습하고, 손으로 이것저것 만지며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평범한 하루들을 놓치지 않고 함께 보내고 싶다.

1년 뒤 복직하는 날, 적어도 아이에게 충분히 시간을 쏟았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동시에 나 자신에게도 이 1년이 발전적인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영어 공부를 다시 제대로 해보고 싶다.
토익과 오픽도 준비하고 싶고, 일본어도 배우고 싶다.
운동도 꾸준히 하고 싶고, 경제 공부도 제대로 시작해보고 싶다.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다.
엄마가 되고 달라진 것
특히 엄마가 된 후 돈과 미래를 바라보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나 하나만 생각하면 됐지만 이제는 아니다.
아이를 위해 더 건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더 벌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돈을 더 현명하게 관리하고 싶고, 앞으로의 삶도 조금 더 제대로 준비하고 싶어졌다.
생각해보면 엄마가 되면서 나의 많은 가치가 아이를 중심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그 변화가 꼭 ‘나를 잃어가는 것’만을 의미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아이 때문에 더 건강해지고 싶고,
아이 때문에 더 배우고 싶고,
아이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졌으니까.
어쩌면 아이가 생기면서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나씩 시작해보기로 했다
문제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는 것이다.
육아도 잘하고 싶고, 요리도 배우고 싶고, 운동도 하고 싶다.
영어도 공부하고 싶고, 일본어도 배우고 싶고, 경제 공부도 하고 싶다.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보니 오히려 무엇부터 해야 할지 정리가 안 되고, 시작조차 못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이번 1년은 완벽한 계획을 세우느라 시간을 보내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시작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 과정도 이곳에 기록해보고 싶다.
육아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들.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 과정.
엄마가 되고 달라진 돈에 대한 생각.
그리고 언젠가 다시 회사로 돌아가기까지의 시간.

1년 뒤 복직하는 날,
이 시간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에게 충분히 사랑을 주었고,
나 역시 그 자리에 멈춰 있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에게는 짧고, 나에게는 길게 느껴지는 이 1년.
아이도 자라고,
나도 같이 자라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MOM GROWS TOO.

